Zoom 인터뷰 전 (제발) 숙지하시면 좋을 것들 (단기 처방전 버전)

안녕하세요. 레지던트 지원하신 선생님들, 이제 한창 인터뷰 준비하시고, 인터뷰 하시고 계시겠네요. 최근에 기회가 있어서 한국 선생님들 인터뷰 준비하시는 것을 보고, 또 미국 지원자들도 인터뷰 할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나 기본적인 것들을 한국 선생님들께서 잘 모르시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랜만에 짧게 글을 올립니다. 인터뷰 6개월 - 1년 전에 알고 있으면 좋을 것들도 쓰려 했는데, 당장 인터뷰 하시는 선생님들께는 도움이 안될 것 같아 그건 기회가 되는데로 따로 올리겠습니다. 

 

1. 눈을 보고 말해요. 

한국에서는 교수님들이나 어른들의 눈을 보고 말하면 혼납니다. 어디 건방지게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하냐고. 미국에서는 반대입니다. 눈을 보고 말하지 않으면 진실되지 않고, 숨기는게 많으며 자신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비슷한 변명을 하십니다. 컴퓨터 카메라랑 화면에 인터뷰이 눈이랑 같은데 있지 않는데 어떻게 하냐고. 포인트는 카메라에 눈을 맞추냐 화면에 눈을 맞추냐가 아니라 이야기 도중 주변을 보고 바닥을 보고 눈을 보는 것 같다가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에선 그게 예의이기 때문에 따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사람들은 눈을 지속적으로 뚫어지게 보고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이건 인터뷰 때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살면서 대화할때에도 적용 되는 부분입니다. 

 

2. 금지 단어

토종 한국 선생님들이 아주 많이 쓰시는 단어/표현 들이 몇개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So, Actually, 그리고 I think 가 있습니다. 먼저 선생님들은 기본적으로 선생님의 생각을 말씀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I think 라고 문장을 시작할 필요가 (대부분) 없습니다.또 저희같은 토종 선생님들은 문장과 문장, 문장 내에서의 끊어읽기가 연습이 안되어 있고, 공백이 어색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so, actually 라는 말로 문장을 시작을 하고, 이어가시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면 영어가 서투른게 티가 많이 납니다. 또 한국 선생님들은 말씀하실때 but, however, therefore 이런 접속사들을 즐겨 쓰시는데 잘 쓰시면 괜찮지만 대부분 어색합니다. 미국 사람들은 그 대신 문장 중간 중간에 생각들을 이어가면서 예를 들면 in terms of, in the setting of, for which 등등을 쓰는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자세한건 장기 처방전 버전에서 기회가 되면 이야기 하겟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저 단어들은 피하시는걸 항상 생각하세요. 그리고 이야기 하시다가 생기는 공백을 두려워 하지 마세요. 

 

3. 인터뷰는 주관식 시험이 아닙니다. 

한국 선생님들이 크게 착각하시는 부분중 하나가 인터뷰가 마치 질문이 한 네개 정도 쓰여잇고 나머지인 공백인 큰 시험지라고 생각하시는 것입니다. 인터뷰는 주관식 시험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상호작용이고 대화입니다. 제가 준비한 말을 다 쏟아부으면 좋은 점수를 받는게 아닙니다.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면, 좋은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여러가지 준비할 수 있는게 있지만, 단기 처방전 버전으로는 일단 인터뷰 답변을 너무 길게 하지 말고, 답변을 하면서 상대방의 반응을 보세요. 상대방이 끼어들고, 나에게 질문을 하거나 반응,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줌 인터뷰는 성격상 미세한 딜레이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쉽지 않지만, 그래서 연습을 하시면 좋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지원자가 90% 자기 자랑을 한 인터뷰와, 면접관이 90% 말을 (자랑을) 한 인터뷰 중 면접관이 말을 더 많이 한 인터뷰가 더 좋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항상 그런건 아니지만) 높습니다. 

 

4. 부정적 단어, 표현을 피하세요.

많은 선생님들이 한국 의료제도, 사회, 심평원에 대한 분노를 가지고 계심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시다 보면 한국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피할 수 없고, 내가 누구인가를 알리기 위해선 반드시 해야 하는 대화 주제입니다. 그럴때 부정적인 단어, 표현보다는 긍정적인 단어, 표현을 사용하시고 그런 경험들을 통해 내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내가 무얼 느꼈는지 나누는게 좋습니다. 

예) 한국 외래에서 하루에 100명 보고 레지던트때 100일 당직 섰다. 한국 의료제도 너무 후지고, 의사들 너무 쥐어 짜고, 그래서 미국에 오고 싶다. 

-> 한국의 의료제도는 이런저런 장단점이 있고, 그런 환경에서 일하면서 이런것들을 배웠다. 미국은 이런 장점이 있는 거 같은데, 그게 내가 미국에 오고 싶은 동기 중 하나다. 

훈련을 하시면 대부분의 경우 내 경험, 생각을 부정적인 표현보다 긍정적인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5. 구체적인 예시를 들때 조심하세요. 

구체적인 예를 나누는 것은 지루해지기 쉽고, 대부분 준비한 것을 읽게 되기 때문에 재미가 없으며 어색한 영어로 알아듣기도 쉽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본질에서 벗어나게 되죠. 예를 들어 너의 장점을 이야기해보라 라고 했는데 내가 전공의때 이런 이런 환자를 봤는데 환자가 나에게 너는 최고의 의사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래서 나는 좋은 사람이다 라고 하면 듣는 사람 머리 속에는 그 환자가 백혈병이 있었구나 밖에 생각이 안나고 선생님의 장점은 기억이 안납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공감을 하려면 그 배경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는 그게 없기 때문에 공감이 안됩니다. 구체적 예시는 니가 좋은 사람이라는 구체적 예시 생각나는게 혹시 있냐 라는 질문을 받으면 그때 이야기하면 됩니다. 

또 구체적인 한국 지명, 군부대, 병원 이름을 이야기하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낯선 단어, 지명을 들으면 누구나 정신이 곤두서고 전체적인 이해력, 몰입도가 떨어집니다. 예를 들면 미국 사람들은 내가 군생활을 한 화천이 어디에 있는지 관심도 없고, 알고싶지도 않고, 왜 이야기하는지도 모릅니다. 

 

6. 미국 지원자가 하지 않는 것들을 해서 기억에 남고자 하는 시도를 피하세요. 

tell me about yourself 이야기하시는 것을 들어보면, 약 80%의 경우 one of the best medical school, one of the best hospital 이라는 말을 쓰시는데요, 미국 사람들이 내가 나온 학교가, 내가 수련받은 병원이 얼마나 좋은지 알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나는 그걸 너무나 알리고 싶기 때문에 굳이 그걸 말씀하시고 싶은 것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바꿔서 생각해 보면, 하버드 의대 나온 친구가 나 우주에서 제일 좋은 의대 나왔다 라고 하지 않거든요. 대화를 해 보면 어 이친구 똑똑하다, 아님 어 이친구 흐리멍텅 하다 라는 걸 알게 되지, 좋은 학교 나왔다고 가산점 주지 않습니다. 인터뷰 준비 하실때 미국 지원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할까 안할까 고민을 하면서 인터뷰를 준비해 보세요. 

 

혹시 더 생각나는게 있으면 수정(이 가능하다면)해서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약간의 독설이 가미된 장기 처방전 버전도 기회가 되는데로 올려볼께요. 고생하시는 선생님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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